
조선시대 장터는 단순한 거래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규칙이 살아 숨 쉬는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당시 상인들은 손님의 발걸음, 표정, 말투를 통해 흥정의 기회를 읽었고, 손님은 처음 값을 부르는 순간부터 승패가 결정된다고 믿었다. 돈이 오가기 전에도 흥정의 절반은 눈짓과 몸짓으로 이루어졌으며, 거래의 마지막에는 반드시 체면과 관계가 고려되었다. 이 글에서는 조선시대 장터에서 오간 흥정의 기술과 말없이 지켜진 암묵적 규칙을 기록과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장터의 사회적 의미와 흥정의 필수성조선시대의 장터(場市)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넘어, 소식을 교환하고 사람을 만나는 사회적 공간이었다. 장날마다 각지의 농민·수공업자·행상들이 모였고, 판매자는 제 값을 받기 위해, 구매자는 조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