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장 - 전라도 곡물 유통의 심장

포구와 장터 기록

삼례장 - 전라도 곡물 유통의 심장

xolo1215 2025. 7. 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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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삼례장

삼례장 – 조선 후기 곡물 장터의 중심지

전라도의 중심 평야지대, 그곳에 '삼례장(三禮場)'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장터가 있었다. 조선 후기, 삼례는 단순한 농촌 마을이 아니라, 전라도 곡물이 집결되는 수로+육로 결절지이자, 삼남지방 물류의 요충지였다. 삼례포구를 따라 뱃길로 연결된 한강과 마포 창고, 그리고 장날마다 몰려든 상인과 농민들. 이 모든 것이 삼례장이라는 공간에 응축되어 있었다. 지금은 조용한 읍내로 남아 있지만, 삼례장은 한때 조선 경제를 실제로 움직이던 '곡물 장터의 심장'이었다. 이 글에서는 삼례장의 지리적 위치, 유통 구조, 거래 품목, 장터 풍경 등을 통해 그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본다.

삼례장의 위치와 형성 배경

삼례장은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에 위치했으며, 전주 평야의 풍부한 곡물 생산지와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삼례포구는 전주 외곽에서 금강 수로로 이어졌고, 이 포구를 통해 곡물이 선적되었다.

삼례장은 바로 이 삼례포와 가까운 거리에 자리잡음으로써,
배로 실려 온 물자와 농촌에서 온 물자가 동시에 교차하는 지점으로 기능했다.
조운선이 한강까지 운행되던 조선 후기에는, 삼례가 ‘전라도 세곡 출발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주된 거래 품목 – ‘곡물 중심 시장’의 구조

삼례장에서는 다른 장터와 달리, 압도적으로 많은 곡물 거래가 이루어졌다.

대표 품목

전주평야, 김제평야, 익산 지역에서 수확

보리·콩 여름 작물로 계절성 거래

잡곡류 기장, 조 등 혼합곡물

곡물 저장 자재 멍석, 볏짚 포대, 곡식자루

또한, 곡물 거래 외에도 다음과 같은 부가 산업이 함께 형성되었다:

방앗간, 도정소, 창고업

객주를 통한 외상 거래 및 물류 중계

곡물 운반용 인력 및 짐꾼 고용

삼례장은 단순한 판매장이 아니라, 유통과 저장, 금융과 고용이 어우러진 경제 복합 시스템이었다.

삼례장 장날의 풍경

삼례장은 5일장(五日場) 형태로 운영되었으며, 전주·익산·김제 등지에서 장꾼과 농민이 몰려들었다.

장날 주요 모습

이른 새벽, 짚단을 머리에 인 행상들이 모여 장터 중앙으로 이동

곡물가를 흥정하며 소리를 지르는 객주들

경운기 대신 인력 짐마차를 끄는 짐꾼들

곡물을 가마니에 퍼담고 저울로 달아 가격을 조정

장날에는 장터 주변 여관(여인숙), 주막, 막걸리집, 짐꾼 숙소 등이 함께 번성했다.
특히 삼례는 전주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고 접근성이 좋아 전주 장터의 기능 일부를 대체하기도 했다.

삼례창(三禮倉)과 조운제도와의 연결

삼례장 옆에는 삼례창이라는 국가 지정 곡물 창고가 설치되어 있었다.
삼례창은 전라감영이 관리하던 세곡 저장소로, 이곳에서 조운선에 곡물을 싣고 한양으로 운반했다.

삼례장은 이 조운 시스템의 민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민간 곡물은 장터에서 거래되고, 일부는 포구를 통해 한강 마포나루까지 수송되었다.
즉, 삼례장은 국가 물류와 민간 상거래가 결합된 복합 경제 지대였다.

삼례장의 쇠퇴와 현재

삼례장은 일제강점기 이후 철도와 도로 물류에 밀려 점차 기능을 잃어갔다.
특히 경부선, 전라선 철도가 연결되면서 수로 교통은 급속히 쇠퇴했다.

삼례포 역시 방치되었고, 장터 중심 기능은 전주 도심과 익산역 주변으로 이전되었다.

현재의 모습

장터로 사용되던 지역은 대부분 상가와 주택지로 바뀜

일부 골목 이름과 지명에 ‘장터’, ‘객주’ 등의 흔적이 남아 있음

삼례문화예술촌을 중심으로 옛 상권 유산 복원 작업 일부 진행 중

 

삼례장은 물류와 시장, 삶이 만났던 '곡물 경제의 거점'이었다

삼례장은 단순한 장이 아니었다.
그곳은 수로와 평야가 만나는 곳, 뱃사공과 농민이 교차하는 곳, 조운선과 민간 유통이 만나는 입체적 공간이었다.

삼례장의 존재는 조선 후기 전라도 경제의 실체를 보여주는 실증적인 사례이며,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 지역사와 생활사의 복원 대상으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오늘날 우리가 걷는 삼례의 골목들,
그 아래에는 여전히 곡식 자루가 쌓이고 흥정 소리가 들리던 장날의 흔적이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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