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라진 포구 장터와 지명 속 흔적

포구 장터 기록

전라도 사라진 포구 장터와 지명 속 흔적

xolo1215 2025. 8. 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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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포구 장터와 지명

전라도는 예로부터 ‘호남 곡창지대’라 불리며 풍부한 농산물을 생산했고, 동시에 서해와 남해에 면해 있어 어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은 필연적으로 교역망을 발달시켰고, 작은 포구마다 장터가 형성되었다. 포구와 장터는 단순한 거래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생활이 만나는 중심이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도로와 철도가 발달하면서 많은 포구 장터가 사라졌고, 지금은 그 흔적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명 속에는 여전히 과거 장터의 흔적이 살아 있다. ‘장(場)’, ‘포(浦)’, ‘개장터’ 같은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생활사의 흔적이다. 본 글에서는 전라도 곳곳에 남아 있는 사라진 포구 장터와 지명을 탐구하며,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여수 돌산 장등포 – 장터 언덕의 기억

여수 돌산반도에는 ‘장등포’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장등’은 장터가 서던 언덕을 뜻하며, ‘포’는 포구를 가리킨다.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바닷길 교역의 거점이었다. 매일 잡히는 생선이 모여들었고, 농촌에서 올라온 곡물과 교환되었다. 장날이면 인근 마을 사람들이 모여 활기를 띠었으며, 장터 옆에는 주막과 객주가 들어서 외지 상인들과 교류가 활발했다. 현재는 항구 시설이 정비되어 관광지로 알려졌지만, 지명 속에는 과거 시장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다.

고흥 녹동포 – 장터에서 항구로 변한 공간

고흥의 녹동포는 지금은 대형 항구로 성장했지만, 본래는 작은 장터가 열리던 포구였다. ‘녹동’이라는 이름에는 장이 서던 자리를 뜻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과거 이곳은 남해를 오가던 선박들이 들르던 중간 거점으로, 어민들이 잡은 생선과 농민들의 곡물이 활발히 거래되었다. 근대 이후 항만이 확장되면서 장터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녹동시장’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남아 과거의 기억을 전한다.

 순천 낙안읍성 장터골 – 성곽 안의 장터 흔적

순천 낙안읍성은 현재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성곽 주변에는 ‘장터골’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이는 조선시대 읍성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장날마다 열리던 시장이었음을 보여준다. 읍성 주민뿐 아니라 근처 어촌의 어민들도 포구를 통해 들어와 물건을 거래했으며, 장터는 성곽 안팎을 연결하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지금은 장터가 사라졌지만, ‘장터골’이라는 이름은 당시의 활발한 교역을 기억하게 만든다.

목포와 영산강 포구 장터 – 내륙과 바다의 연결

목포는 본래 영산강 하구의 작은 포구였으며, 강을 따라 내륙 곡물이 모여드는 집산지였다. 목포라는 이름 역시 ‘목(木)나무가 많은 포구’라는 의미지만, 장터가 함께 형성되어 발전했다. 영산강 유역의 쌀이 모여들고, 바닷길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운송되었다. 목포 근처의 장터 흔적은 지금은 대형 도시로 바뀌었지만, 지명과 기록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흑산도와 도서 지역 장터 – 섬의 생활 흔적

전라도의 섬 지역에도 장터 흔적이 뚜렷하다. 흑산도에는 예전부터 ‘장거리’, ‘장촌’ 같은 지명이 남아 있는데, 이는 섬 주민들이 물자를 교환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모이던 장소였다. 섬에서는 곡물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획물과 소금이 주요 거래 품목이었다. 주민들은 포구에 배를 대고 교역하며 장터를 열었고, 이 전통이 지명에 남아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장터 지명의 어원과 생활사적 의미

전라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장터 관련 지명은 단순히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생활사를 반영한다.

  • ‘장등’은 언덕 위의 장터,
  • ‘장항’은 포구 옆의 장터,
  • ‘장거리’는 장터가 있던 길목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명은 당시 주민들이 장터를 얼마나 중요한 생활 공간으로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장터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사람들의 만남과 정보 교환, 공동체 유대의 중심이었다.

 전라도 주요 사라진 포구 장터 지명 정리

지역현재 지명과거 기능(포구/장터)특징적 의미
여수 돌산 장등포 포구 + 장터 어획물 중심, ‘장등’은 장터 언덕을 의미
고흥 녹동포 포구 + 장터 장터에서 항구로 발전, 지금은 대형 항구
순천 낙안 장터골 읍성 장터 성곽과 어촌 교역의 중심
목포 목포포구 포구 + 장터 영산강 곡물과 어획물 집산지
흑산도 장거리, 장촌 섬마을 장터 섬 주민 교환 중심지, 곡물 부족 보완 기능

사라진 장터가 남긴 지역적 의미

전라도의 포구 장터는 단순히 경제적 거래의 장을 넘어 지역 정체성을 형성했다. 장터를 통해 마을이 성장했고, 포구를 통해 외지와 연결되었다. 지금은 장터가 사라졌지만, 지명 속 흔적은 지역 사람들에게 기억의 매개체로 남아 있다. 이러한 흔적은 지역 문화유산으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으며, 관광 자원으로도 충분히 발전 가능하다.

 

전라도의 사라진 포구 장터는 더 이상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지명 속에서 여전히 숨 쉬고 있다. 여수의 장등포, 고흥의 녹동포, 순천의 장터골, 목포의 포구, 흑산도의 장거리와 장촌 등은 모두 과거 교역의 중심지였다. 이 지명들은 단순히 옛날의 흔적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생활의 기록이자 지역 공동체의 역사이다. 오늘날 우리는 지명을 통해 과거의 장터를 추적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정체성을 재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 전라도의 포구 장터 흔적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일은 문화유산 보존뿐 아니라, 지역 관광 자원 개발과 교육 자료로도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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