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생활사시리즈

조선 시대 시장 음식

xolo1215 2025. 7. 1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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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음식

조선 시대 시장 음식의 종류와 먹는 방법

조선 시대의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음식, 소리와 냄새가 뒤섞인 삶의 현장이었다. 특히 장날이 되면 시장 어귀에는 크고 작은 좌판이 펼쳐지고, 그곳에는 땀에 젖은 행상인들과 장꾼들의 허기를 달래 줄 음식들이 등장했다. 지금처럼 음식점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 장터 음식은 조리 방식도 간단하고 휴대도 쉬워야 했으며, 한 끼 식사를 대신할 만큼 든든해야 했다. 이 글에서는 조선 시대의 시장에서 실제로 팔렸던 음식들의 종류와, 당시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먹었는지, 어떤 분위기에서 먹었는지를 생활사적 시선으로 복원해본다.

장터에서 팔리던 대표 음식들

조선 후기 장터에는 고정 상점이 아닌 임시 좌판이 대부분이었다.
이 좌판은 소형 화로, 솥, 광주리, 작은 술병 등을 이용해 간단한 음식을 제공했다.

 국수 (잔치국수 또는 밀가루 국수)

뜨거운 멸치국물이나 장국에 삶은 국수를 말아주었다.

고명은 김가루, 달걀지단, 약간의 무채가 전부였고,

간은 간장이나 조선된장으로 조절했다.

말없이 허겁지겁 먹고 일어나는 모습이 장터의 일상 풍경이었다.

먹는 방식:
사발이나 나무 그릇에 담아 숟가락 없이 젓가락만으로 후루룩 먹음.

빈대떡 (녹두전)

녹두를 곱게 갈아 부침개 형태로 만든 음식

장날이 되면 술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좌판 음식

고기 없이 만든 빈대떡은 ‘서민 전’으로 불리며,
부침쇠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가 장터의 배경음이었다.

먹는 방식:
손으로 들고 먹거나, 막걸리와 함께 나무 접시에 담아먹음.

떡류 (백설기, 절편, 인절미)

휴대와 저장이 간편해 가장 널리 유통된 시장 간식

갓 쪄낸 백설기나 인절미를 광주리에 담아 손으로 잘라서 판매

장터 인근에서 떡 장수 여인들이 큰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돌아다니며 팔기도 했다.

먹는 방식:
두 손으로 잡고 한 입씩 베어 먹거나, 엿가락처럼 잘라 먹음.

엿과 강정

특히 장날마다 ‘엿장수’가 등장했으며,
“엿 사시오~” 하는 구호와 함께 짤깍짤깍 소리를 내며 돌아다녔다.

생엿, 조청엿, 쌀엿, 땅콩강정, 깨강정 등 다양한 형태

값이 싸고 오래가서 아이들과 서민에게 인기가 높았다.

먹는 방식:
손으로 끊어 먹거나, 칼로 잘라서 나무꼬치에 꽂아 팔기도 함.

막걸리와 탁주

장터 인근에는 주막이 반드시 있었으며,
피곤한 짐꾼과 상인들은 한 그릇의 국수와 함께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였다.

주모(酒母)가 직접 담근 술이 인기였고,
술과 빈대떡, 묵은지 몇 점이 한 끼 식사로 여겨졌다.

먹는 방식:
도자기 잔이나 나무 사발에 따라, 서거나 마루에 앉아 마심.

장터 음식의 공통적 특징

조선 시대 장터 음식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빠른 조리와 즉석 판매

많은 사람이 몰리는 장터에서는 즉석에서 조리 가능해야 했다.

불이나 조리 기구는 작았고, 화로 하나와 철판 하나로 해결

 

손으로 먹는 구조

숟가락과 젓가락이 없는 경우도 많았고,

대부분의 음식이 손으로 먹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값싸고 배부름

시장 음식의 핵심은 ‘싸고 배부르다’는 점이었다.

국수 한 그릇, 떡 한 조각, 빈대떡 하나가 하루 노동자의 식사였다.

누가 이 음식을 만들고 팔았는가?

 장터 음식의 주인은 대부분 여성

시장 내 좌판 운영자는 중년 이상의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떡, 국수, 전을 직접 들고 나와 장날마다 판매했고,

‘장날만 일하는 일용 직업 여성’으로서 경제 활동의 중심이기도 했다.

 

 주모와 엿장수

주막을 운영하는 주모는 음식을 직접 조리하며 장사와 인맥을 함께 관리

엿장수는 이동형 판매인으로, 장터에만 나타나는 ‘순회 상인’이었다.

장터 음식은 어디에서 먹었나?

좌판 앞 돗자리 위에 앉아서 먹거나,

막걸리집 마루에 둘러앉아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는 먹으면서 장터를 돌기도 했고,

더운 날에는 포구나 나무 그늘 아래서 나눠 먹는 모습도 흔했다.

 

 장터 음식은 왜 중요한가?

조선 시대 장터 음식은 단지 한 끼 식사가 아니라, 그 시대 민중의 삶을 보여주는 단서였다.

배고픔을 해결해주던 가장 현실적인 음식

여성의 경제 활동이 드러난 공간

장터의 활기를 만들어낸 문화적 요소

노동자, 농민, 상인, 뱃사공 모두가 만난 사회적 식탁

지금은 잊혔지만, 그때 장터의 음식들은 공동체의 허기를 함께 채우던 기억의 맛이었다.

지금도 들리는 장터 국수의 소리

조선 시대의 장터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움직이는 경제였고, 인간의 일상적 욕망이 투영된 문화였다.
국수를 말아 내던 손, 떡을 잘라 주던 어머니, 엿을 휘두르던 엿장수.
이 모두가 장터라는 무대 위의 조연이자,
한 시대를 먹여 살린 주인공이었다.

오늘날 시장에서 국수 한 그릇을 마주할 때,
우리는 어쩌면 그 오래전 장날의 냄새와 정을 함께 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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